전체 23

GPT를 활용하여 19만자 장편소설을 써보고 느낀 점

*장편은커녕 단편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 *아이디어, 결말, 전개의 부분은 직접 착안했고, 글도 직접 씀*GPT의 역할은 감상평가, 그리고 세부적인 디테일에 대한 조언*그렇게 약 2주간 글을 쓰면서 느낀 점 1.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스스로 이미 이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막상 실제로 글을 써보니 내가 상상하던 그 벽,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작가의 벽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어쩌면 지금도 그 벽의 실체를 바로 못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특히나 느껴보았던 감정, 해보았던 경험을 글로 녹여낼 때는 비교적 수월했지만 내 생활의 영역을 조금만 벗어나는 환경이나 주제를 묘사할 때마다 고역이다. 어떤 작가들이 왜 취재에 목을 매는지, 또 어떤 작가들은..

진격의 거인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

*스포일러 주의얼마 전 진격의 거인을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이 이야기 안에서 크든 작든 간에 서사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인물은 이해 가능한 구석이 있거나 혹은 자신의 신념/욕구를 위해 죽고 살았다. 하지만 딱 한 명의 인물이 그렇지 못했다.하다 못해 작품을 본 사람들 열이면 열 다 악인이라고 말할 마레군 장교(그리샤의 여동생을 죽인) 역시 자신의 뒤틀린 욕구에 충실하게 살다가 죽었다.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든 그동안 그가 누린 쾌락과 책임져야 할 죄에 비하면 몹시도 고상한 결말일 것이다.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저마다 각자의 신념과 욕구가 있고 그것을 향해 내달리는 삶을 살다 인과에 맞는 결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에렌의 엄마는 달랐다...

단상/배설 2025.04.03

귓구멍 사진(혐오 주의)

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공식적으로 인정 받았다. 내 귓구멍은 천명 중 한명이다. 불시에 천명을 모아두면 그 중 내 귀가 제일 깨끗하다는 뜻이다. 0.1%의 삶며칠 전부터 귀가 계속 간지러워 이비인후과를 갔다.선생님께 귀 속에 뭐가 들어있는 것처럼 간지럽다고 증상을 말씀드렸다.내 귓구멍을 들여다본 선생님께서 아무 말씀을 안 하시다가 "쓰읍...gwiggys.tistory.com나는 귓밥과 관련된 꿈이 있다. 내 귀에서 딱딱하게 마른 귓밥이 후두두둑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깨끗한 귀는 복이 아니다. 내게 깨끗한 귓구녕은 평생의 아쉬움이다. 하지만 미련을 놓지 못해 내시경 귀이개를 샀다. 한동안 귀 파는것을 최대한 자제 했으니 뭐라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과, 대체 내 귓구녕이 어떻게 생겼을까..

단상/배설 2025.01.05

돈 룩 업을 보고

1. 최근에 ‘세상의 끝까지 21일’을 보고 비슷한 장르에 흥미가 생겨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이번이 이 작품의 세 번째 감상이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이런 영화는 이 영화밖에 없다.2. 나는 어떤 문제해결을 대할 때 감정이 앞서거나 그 비중이 커지는 것을 옳지 않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가장 이해되는 캐릭터는 시종일관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디비아스키였다.3. 다른 캐릭터들을 풍자하는 방식과 달리 디비아스키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느꼈다. 그녀의 감정적인 대응은 ‘나였어도 저랬겠다.’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 생각하면 디비아스키에게는 이성적으로 행동할만한 여지가 없었다. 예컨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의 목 끝에 칼이 겨눠져 있는 상황에 ..

리뷰/영화 2025.01.03

세상의 끝까지 21일을 보고

1. 원제는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국내 개봉은 세상의 끝까지 21일이라는 제목으로 했다. 내 정서로는 국내 개봉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도지와 페니의 만남이 종말 D-14라는 점. 실제 종말은 그보다 훨씬 일찍 찾아온다는 점에서 이야기에 부합하는 제목은 아니다. 내 계산으로는 도지와 페니에게 주어졌던 시간은 7일이다. 종말의 도래일이 21일 남았다는 사실 자체는 영화에서 크게 중요하진 않은 듯 하다. 2. 종말이라는 설정에 비해 내용은 한 없이 가볍고 일상적이다. 종말을 주제로 하는 영화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미친놈들은 딱히 크게 다루지 않는다. 일부 군중이 폭도가 되어 소란을 부리는 장면이 잠시 스쳐갈 뿐..

리뷰/영화 2024.12.30

디태치먼트를 보고

1. 나의 기억 속 이 영화는 죽음과 실존하는 절망을 다루는 무지막지하게 우울한 영화였다. 10년만에 영화를 다시 틀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몇 톨의 씨앗이었던 나의 우울함이 이제는 질기고 무성해져 내 마음속에 깊숙하게 뿌리 내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영화의 분위기가 처음 볼 때보다 지금 더 나에게 익숙하다고 느낀 탓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주제와 메세지는 너무나도 명료해서 영화가 풍기는 분위기에 취해 나 혼자 스스로의 감정에 말려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금세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있었다.3. 주인공 헨리 바스는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익숙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그 단단한 껍질 안에는 텅 빈 공허가 있었고 그 공허 속에..

리뷰/영화 2024.12.30

얼음땡

도망치는 친구가 술래에게 잡히면 역할이 서로 바뀌게 된다. 혹은 술래에게 잡히기 전에 크게 "얼음!"을 외치고 그 자리에 꼼짝않고 있어야 한다. 얼음이 된 친구는 움직이거나 게임에 참가할 수 없지만 다른 친구가 와서 손으로 쳐주면서 "땡!"을 외치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술래 역할이 바뀌기 전에 모든 친구들이 얼음이 되면 술래를 다시 뽑게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좋은 놀이다. 아이들은 이 놀이를 통해 감시의 눈길이 없어도 주어진 규칙은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솔직한 말로 술래가 다른 곳을 볼 때 다시 움직이면서 "누가 땡 해줬어!"라고 말해도 무슨 상관인가.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있다. 반대로 술래는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아도 모두가 규칙을 지키고 있을 것이..

단상/배설 2024.12.16

-

좋든 나쁘든 간에, 어떤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되면늘 듣던 음악이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년을 들어온 음악인데도, 몇 시간 안 되는 그 잠깐의 경험 뒤에는 전에 들리지 않던 가수의 호흡 소리, 연주 소리가 들린다.같은 노랫말도 달리 들리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구절에 귀 기울이게 된다. 스트레스는 여러 방식으로 차오르지만 그 이유에 따라 해소 방식이 각각 다르다.어떤 스트레스는 기초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해롭지만, 손쉽다.어떤 스트레스는 조금 더 복잡한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그 방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냥 그 안에 깊게 잠기길 택한다.그렇게 오랫동안 골몰하다 보면 결국 해결이 된다.특정 감각이 차단되면 다른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처럼 나를 고립하고 멈..

단상/배설 2024.12.15

갑자기 생긴 궁금증

어떤 식당은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있다. 실제로 그런 곳을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아니면 갔어도 내가 때에 맞는 복식을 갖췄기에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내가 궁금한 것은 이런 드레스 코드가 있는 장소에서, 운영의 책임이 있는 쪽의 귀책으로 나의 옷이 손상이 된 상황이다. 상상을 해보자. 내가 와 있는 장소는 셔츠에 재킷이라는 경직된 드레스 코드를 요구한다. 근데 마침 서버의 실수로 내 셔츠에 와인이 쏟아졌고, 내 셔츠는 무시할 수 없는 손상이 생긴 상황이다. 이때 내가 화장실로 가서 엉망이 된 셔츠를 벗고 맨 몸에 재킷만 입고 나온다면 이 책임이 있는 쪽에선 과연 나를 제지할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을까? 상황이야 어찌 됐건 그 장소에 있는 불특정 다수가 지키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맞..

단상/배설 2024.11.16

'장미여관 - 봉숙이' 미스테리

의문. 봉숙이는 데킬라를 시켜달라 해놓고 왜 갑자기 집에 들어간다고 했을까. 대체 봉숙이는 왜, 기껏 시킨 데킬라를 마시다가 (혹은 술이 나오기도 전에) 집에 들어간다고 했을까? 추측 하나. 별생각 없이 단지 한 잔 하려고 했을 뿐인데 술을 시킨 뒤 화자가 몰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잘못 걸렸다 싶은 예감이 들었다. 추측 둘. 친구가 사정사정을 해서 못내 나온 자리인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이건 아니다 싶었을 뿐이다.추측 셋.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이 몇 년 전 자신이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지인이었다.추측 넷. 험한 것에 빙의되었다가 데킬라를 주문한 사이 풀려났다.추측 다섯.데킬라를 시킨 뒤 짝남, 혹은 잊지 못한 전남친에게 문자가 왔다. '자니..?' 추측 여섯.봉숙이는 양극성 장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