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4

안녕히계십쇼

아마 8월의 언젠가가 아닐까 싶습니다.제가 주로 사용하던 아이디로 개설된 블로그고,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깁니다. 행여나 책임을 느끼거나하진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거든요. 부디 자책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 마음을 저도 깊게 이해하지만 모든 것은 각자의 선택이고, 각자의 운명이니 별 수 있나요.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겁니다. 부디 제 선택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걱정해 주시고, 생각해 주신 점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제가 원망하는 것은 제 자신과 가족, 친척들 뿐, 그 밖의 어떤 이들에게도 서운하거나 아쉬운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면서 짧고, 길었던 인연들 한 분 한 분이 기억에 남고, 그들에게 감사합니다...

단상 2025.11.29

그림

2021년 늦여름. 아이패드를 샀다. 이유는 뜬금없이 그림이 배워보고 싶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한 아이패드. 그리고 프로크리에이트 설치 후 첫 그림을 그렸다. 내 손을 앞에 펼쳐놓고 그렸다. 무언가를 보고 집중해서 그리기는 중2 미술시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손 그렸으니까 발 그려야지. 사진 찍어 놓고 그렸다. 나는 둘째 발가락(검지발가락)이 엄지발가락 보다 더 길다. 그리고 발이 두껍고 넓다. 그래서 태권도 할때 덕을 많이 봤던 것으로 기억. 저렇게 생긴 발을 '떡발'이라고 불렀는데, 같은 강도로 때려도 소리가 크게 나기 때문에 다소 유리한 부분이 있었다. (당시에는 전자호구를 쓰지 않았기 타격음이 굉장히 중요했음) 그림을 배우려면 뭘 해야하지? 라는 나의 궁금증을 유튜브를 통해 해결보았..

단상 2025.07.30

사진

10년 전, 큰맘 먹고 산 카메라로 뭘 찍어야할지, 어디서 찍어야할지를 모르겠더라. 카메라를 들고 어릴적 살던 동네로 향했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 근처에서 찍은 전봇대 사진. 남겨진 사진 중, 내가 가장 처음 찍은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를 들고 어딜 가야할지 모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의 기억이 짙은 곳' 그리고 다음은 '서울'. 카메라를 산 그해의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그로부터 2년 뒤, 그 사이 첫 직장을 구했다. 한동안 카메라는 먼지만 쌓여갔다. 주말 마다 할 일이 없던 나는 종종 카메라를 들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아마도 서촌.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좋아했다. 당시에 새로 나온 싱글을 재생중인 화면을 캡쳐해서 인스타에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무작위 굿즈를 준다길..

단상 2025.07.12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됐다

최근에 내가 완성한 이야기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찾다 보니 브런치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청했고, 조금 전 승인이 됐다. 나도 남들처럼 브런치 첫 글로 'n번 만에 승인 후기'를 쓸까 했지만 딱히 쓸 내용이 없더라. 오늘 새벽에 신청해서, 아까 오후에 승인이 났다. 훌륭한 포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브런치에 양질의 글을 잔뜩 쌓아둔 것도 아니었다. 신청 전날 브런치 서랍에 미리 작성해 둔 글 한 편과, 양식에 따른 소개, 앞으로의 집필 계획에 대해 쓴 게 전부다.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던 중, 우연한 계기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든 이야기를 어떻게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어떻게 세상에 남길 수 있을까, 를 고민 중입니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있었..

단상 2025.05.29

진격의 거인에서 가장 불쌍한 인물

*스포일러 주의얼마 전 진격의 거인을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이 이야기 안에서 크든 작든 간에 서사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인물은 이해 가능한 구석이 있거나 혹은 자신의 신념/욕구를 위해 죽고 살았다. 하지만 딱 한 명의 인물이 그렇지 못했다.하다 못해 작품을 본 사람들 열이면 열 다 악인이라고 말할 마레군 장교(그리샤의 여동생을 죽인) 역시 자신의 뒤틀린 욕구에 충실하게 살다가 죽었다.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든 그동안 그가 누린 쾌락과 책임져야 할 죄에 비하면 몹시도 고상한 결말일 것이다.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저마다 각자의 신념과 욕구가 있고 그것을 향해 내달리는 삶을 살다 인과에 맞는 결말을 맞이한다. 하지만 에렌의 엄마는 달랐다...

단상 2025.04.03

귓구멍 사진(혐오 주의)

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공식적으로 인정 받았다. 내 귓구멍은 천명 중 한명이다. 불시에 천명을 모아두면 그 중 내 귀가 제일 깨끗하다는 뜻이다. 0.1%의 삶며칠 전부터 귀가 계속 간지러워 이비인후과를 갔다.선생님께 귀 속에 뭐가 들어있는 것처럼 간지럽다고 증상을 말씀드렸다.내 귓구멍을 들여다본 선생님께서 아무 말씀을 안 하시다가 "쓰읍...gwiggys.tistory.com나는 귓밥과 관련된 꿈이 있다. 내 귀에서 딱딱하게 마른 귓밥이 후두두둑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깨끗한 귀는 복이 아니다. 내게 깨끗한 귓구녕은 평생의 아쉬움이다. 하지만 미련을 놓지 못해 내시경 귀이개를 샀다. 한동안 귀 파는것을 최대한 자제 했으니 뭐라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과, 대체 내 귓구녕이 어떻게 생겼을까..

단상 2025.01.05

세상의 끝까지 21일을 보고

1. 원제는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국내 개봉은 세상의 끝까지 21일이라는 제목으로 했다. 내 정서로는 국내 개봉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도지와 페니의 만남이 종말 D-14라는 점. 실제 종말은 그보다 훨씬 일찍 찾아온다는 점에서 이야기에 부합하는 제목은 아니다. 내 계산으로는 도지와 페니에게 주어졌던 시간은 7일이다. 종말의 도래일이 21일 남았다는 사실 자체는 영화에서 크게 중요하진 않은 듯 하다. 2. 종말이라는 설정에 비해 내용은 한 없이 가볍고 일상적이다. 종말을 주제로 하는 영화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미친놈들은 딱히 크게 다루지 않는다. 일부 군중이 폭도가 되어 소란을 부리는 장면이 잠시 스쳐갈 뿐..

단상 2024.12.30

디태치먼트를 보고

1. 주인공 헨리 바스는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익숙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그 단단한 껍질 안에는 텅 빈 공허가 있었고 그 공허 속에는 해결되지 않은 혼란과 고통이 쉬지 않고 메아리치고 있다. 2. 그리고 때로 그 메아리가 껍질을 뒤흔들고 밖으로 퍼져 나와 그의 불같은 행동으로 표출된다. 굉장히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분출해낸다. 이렇듯 결국 그도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 몇몇 있었기에 헨리 바스라는 캐릭터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 영화가 더 좋게 느껴졌다.3. 헨리가 에리카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 줄 때 에리카의 그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돌봄을 겪어 본 적이 없는 불쌍한 유기견이 애정 어린 손길을 처음 ..

단상 2024.12.30

얼음땡

도망치는 친구가 술래에게 잡히면 역할이 서로 바뀌게 된다. 혹은 술래에게 잡히기 전에 크게 "얼음!"을 외치고 그 자리에 꼼짝않고 있어야 한다. 얼음이 된 친구는 움직이거나 게임에 참가할 수 없지만 다른 친구가 와서 손으로 쳐주면서 "땡!"을 외치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그렇게 술래 역할이 바뀌기 전에 모든 친구들이 얼음이 되면 술래를 다시 뽑게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좋은 놀이다. 아이들은 이 놀이를 통해 감시의 눈길이 없어도 주어진 규칙은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솔직한 말로 술래가 다른 곳을 볼 때 다시 움직이면서 "누가 땡 해줬어!"라고 말해도 무슨 상관인가.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있다. 반대로 술래는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아도 모두가 규칙을 지키고 있을 것이..

단상 2024.12.16

-

좋든 나쁘든 간에, 어떤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되면늘 듣던 음악이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년을 들어온 음악인데도, 몇 시간 안 되는 그 잠깐의 경험 뒤에는 전에 들리지 않던 가수의 호흡 소리, 연주 소리가 들린다.같은 노랫말도 달리 들리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구절에 귀 기울이게 된다. 스트레스는 여러 방식으로 차오르지만 그 이유에 따라 해소 방식이 각각 다르다.어떤 스트레스는 기초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해롭지만, 손쉽다.어떤 스트레스는 조금 더 복잡한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그 방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냥 그 안에 깊게 잠기길 택한다.그렇게 오랫동안 골몰하다 보면 결국 해결이 된다.특정 감각이 차단되면 다른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처럼 나를 고립하고 멈..

단상 2024.12.15

갑자기 생긴 궁금증

어떤 식당은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있다. 실제로 그런 곳을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아니면 갔어도 내가 때에 맞는 복식을 갖췄기에 의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궁금한 것은 이런 드레스 코드가 있는 장소에서, 운영의 책임이 있는 쪽의 귀책으로 나의 옷이 손상이 된 상황이다. 상상을 해보자. 내가 와 있는 장소는 셔츠에 재킷이라는 경직된 드레스 코드를 요구한다. 근데 마침 서버의 실수로 셔츠에 와인이 쏟아졌고, 무시할 수 없는 손상이 생긴 상황이다. 이때 내가 화장실로 가서 엉망이 된 셔츠를 벗고 맨 몸에 재킷만 입고 나온다면 이 책임이 있는 쪽에선 과연 제지할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을까? 상황이야 어찌 됐건 그 장소에 있는 불특정 다수가 지키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맞다. 내가 불편과 손해를 겪은..

단상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