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외곽의 나무와 수풀 사이에서 아주 우스운 꼴을 보았다. 형광색 자켓을 입고 있는 노인이 나무에 노상방뇨를 하고있었다. 그리 깊지도, 그리 얕지도 않은 아주 애매한 위치에서. 그것도 벌건 대낮에.
인간이 노상방뇨하는 꼴을 목격한 것이 처음이 아니지만 내가 우습다고 느꼈던 점은 노인이 물건을 쥐고 있는 두 손 중, 한 손에 개 목줄이 들려있었다는 것이다. 견종은 말티즈로 보였다.
개에게 그런 상황이 얼마나 익숙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관심이 없었을 수도. 어쨌든 말티즈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소변 줄기의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쪽,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견주가 반려견이 볼일 볼 때 구태여 그것을 바라보고있지 않는 것처럼.
견주가 길에서 강아지 소변보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봤어도 강아지가 길에서 견주 소변보는 것을 기다리는 꼴은 살다살다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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